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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코지] 수몰버스 백업

by 카마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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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엘드 (GM):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 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눈이 침침한가... 잘 안보이네....
 
...01번.
 
아니, 자세히 보니 0401번 이네요.
 
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탑승객이 없을 법도 하지요. 불안할 것도 없습니다.
 
사토 유우:(유우신의 생일..이랑 같은 번호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 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사토 유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당신은 문득 부자연스러운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그야 잠들기 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언제 이 버스에 올라타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먹칠한 듯,
 
머릿속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옇고 흐릿한 기억만이 잔존합니다.
 
사토 유우: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직은 괜찮은거 같아
좀 이상한 기분이지만...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당신은 버스 바닥을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발견합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토 유우:국화꽃...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 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사토 유우:(품에 다시 소중하게 안는다)
 
사토 유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뭔가 소리가 들리는거 같은데..
....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짤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유우신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당신은 유우신이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당신답지 않네요.
 
사토 유우:....형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당신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카데노코지 유우신 이었으니까요.
 
사토 유우:...?
유우신..?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유우신과 조우하게 된 유우,
 
사토 유우:(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사토 유우: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맞붙고, 멎습니다.
 
사토 유우:형이 왜 여기에...?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당신의 호흡.
 
그뿐입니다.
 
카데노코지 유우신:......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카데노코지 유우신은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사토 유우:(흔들리는 버스를 무시하고 앞으로 다가가서 와락 껴안는다) 형..!!
아니 유우신!
어떻게..어떻게 여기 있는거야?
몸은..몸은 괜찮아?
(떨리는 손으로 유우신의 볼을 잡고 몸 곳곳을 살펴본다)
 
막 버스에 올라탄 유우신을 닮은 이는 저를 끌어안는 당신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는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사토 유우:....
 
저 웃는 얼굴.
 
저 목소리.
 
나를 향하는 다정한 두 눈동자.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사토 유우:유우신...
(다시 자리 옆에 앉는다..)
 
당황했나요?
 
아니면 반가운가요?
 
혹은 슬픈가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가슴속에 응어리로 자리 잡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다시 만날까 준비해 두었던 말이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그는 그저… 군더더기 없는 애정과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이쪽을 응시할 뿐입니다.
 
사토 유우:...
네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가는 길이었어..
어떻게 여기 있는거야?
분명...그때 사고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사고가 정지되지만 눈앞에 있는 유우신이 그저 반가워 손을 꼭 잡는다)
그래도..그래도 다시 나타나줘서 고마워 유우신...믿기진 않지만.. 어떻게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토 유우:...오늘이 할로윈인가?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날 말이야. 그럴리 없겠지만.. 몸은 좀 괜찮아? 아프진 않아?....
 
카데노코지 유우신:(제 손을 꼭 붙들고있는 당신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잠시 앞을 바라본다) ...할로윈까진 시간이 아직 멀긴했지.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유우신의 손을 정성껏 쓰다듬고 깍지 낀다.그리곤 제가 아는 유우신이 맞는지 열심히 쳐다본다..)
 
정성껏 쓰다듬고, 깍지를 낀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마치 정말로 살아있는 듯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사토 유우:아..그렇구나,(깍지낀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여전하다.유우신이다.) 할로윈까진.. 푸핫.. T같은 이성적인 모습은 여전하네. 여전한걸 보니.. 내가 아는 유우신이 맞는거 같아...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고, 미약한 체온과 같은 느낌이 나고. 평소에 알고있던 그의 향도 함께 나네요.
 
덜컹.
 
그 때 다시 한번 방지턱을 밟고 지나간 버스가 얕게 흔들립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이상합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토 유우:...?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사토 유우:버스 기사가 없어..?
정신
기준치: 69/34/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살아 돌아온 유우신과 아무도 운전하지 않는 버스...
(정신이 아득해진다)
 
유우신이 있는 쪽을 돌아보면, 그는 일절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하고 부드럽게 웃습니다.
 
사토 유우:....어떻게 다시 돌아온거야? 어떻게 살아난거야...? 언제까지 같이 있을 수 있어?.. 묻고 싶은게 너무 많아....
...죽을때..아프진 않았어...?
 
카데노코지 유우신:......괜찮았어. 그렇게까지 아픈것도 모르겠고. (얌전히 당신의 손을 붙들며 조심히 손 위를 두드려준다)
...많이 놀랐나보네. ...나는, 일단.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래서 꿈속으로 들어온거야.
네가 가야할 곳이 있어서. ...그 곳으로 안내해주고싶어서.
 
사토 유우:(손위를 두드려주는 손길이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하다. 내가 아는 유우신이다...)꿈....그렇구나 여긴 꿈속이었구나.. 현실이 아니라니...
내가 가야할 곳?
 
카데노코지 유우신:조금 전에, 내 납골당에 간다고 했잖아.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게. 동행하고싶었어.
...이렇게 너를 보니까, ....좀 기쁘네. (옅게 웃으며 작게 말한다)
 
사토 유우:....그런 동행...
(씁쓸하게 웃는다.) 네가 평소에 날 놀래켜주고 기쁘게 해주던 깜짝 이벤트 같네..
 
카데노코지 유우신:...형한테 이젠 너라고 하는거야? (이런 상황에서도 웃어주는 당신의 머리를 조심히 쓸어넘겨주며 옅게 웃는다)
 
사토 유우:(쓸어 넘겨주는 손길을 느끼다가 손을 당겨와 양손으로 잡고 살내음을 맡는다. 꿈이지만 현실 같은, 여전한 유우신의 향기다.)...
형이라고 불러주는게 좋아? 여전하네.. 내가 아는 형이야.(고개를 들어 살며시 웃는다)
 
카데노코지 유우신:...나도 향 좀 맡아보고싶네. (당신에게 내어준 손을 얌전히 그대로 뒀다가 살짝 고개를 당신의 머리에 살짝 기대며 가볍게 숨을 들이쉰다)
응, 앞으로도. 난 형이고 싶으니까.
 
사토 유우:(가볍게 숨을 쉬는 숨결도 느껴진다. 모든 체온이 체향이 똑같다. 꿈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렇지. 내 유일한 형이니까...
(널 사고로 잃은 뒤 연거푸 사고 당시 아프진 않을지 검색을 하곤 했다. 네가 너무 힘들지는 않았을지..그 생각이 널 잃은뒤 한참을 사고를 지배했었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무사한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뿐...)
 
카데노코지 유우신:...다시 형이라 불릴 수 있어서 기쁘네. (그저 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듯 옅게 웃으며 당신의 머리에 살짝 기댄채 조심히 부비적거린다) ...향 좋네. 여전히.
 
사토 유우:왜 먼저 갔어. 날 두고.. 형이라고 불리는걸 그렇게 좋아하면서 나랑 함께할 일도 산더미인데도. 왜..나만두고 갔어. (살짝 기댄체 부비적 거리는 당신이 여전히 좋지만 야속한 마음에 원망어린 말도 해본다. 원망이라기엔 투정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카데노코지 유우신:....미안해. ....외로웠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저를향한 조금은 투정에 가까운 원망에 조심히 한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감싼다) ...외롭게 두고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어서, 정말 미안해.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어서. ...이렇게 지금에서야 만나러 올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해. (그러고는 아주 조심히, 당신의 입술에 짧게 입맞춘다)
 
사토 유우:...엄청. 엄청 외로웠어. 늘 함께할 줄 알았는데 날 그렇게 두고 가버릴줄은 몰랐어. (당신을 잃고 공허해진 날들 무의미해져버린 시간들을 떠올린다)하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러와줘서 고마워....(뺨을 감싸주는 손에 기대서 눈을 살며시 감곤 체온과 손길을 느껴보곤 몸을 당겨 입을 맞춰본다)...미안해하지마. 형이 미안해할 일은 아니잖아.
 
카데노코지 유우신:......응, 그래도. ...네가 외롭게 두고싶지 않았는데. ...외롭게 해서. (당신의 입맞춤이 기분좋아서. 오랜만에 느끼는 이 따듯함이 좋은 듯 느릿하게 눈을 감으며 작게 말한다) ....나, 진짜로 네가 좋아. ...이걸 말하면 좀 이기적인가 싶었는데. ...그래도, 정말 좋아하고있어서. ...그냥, ...마지막에, 이 말만 떠오르더라고. ...더, ....많이 말해줄걸. 하고.
....정말로, 많이 좋아해. ....이걸,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다는게 조금. ...부끄럽네. (하고 옅게 웃는다)
 
사토 유우:...(좋아한다는 말을 몇번이고 마음속에 새겨둔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금의 따뜻한 감정을 마음속에 새기고 영원히 살아갈 수 있도록. 꿈에서 깨더라도 기억속에 남겨갈수있게. 그리고 당신의 뺨을 두손으로 감싸고 지긋이 눈을 맞춘다)....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마워. 왜 이기적이야..? 좋아하는감정은 나쁜게 아니잖아. 나도 좋아해 형.. 많이 좋아해 유우신. 잃고나니 정말..한쪽을 잃어버린거 같이 허전하고 슬펐는데... 좋아했던만큼 상실감도 컸는데. 여전히 널 좋아해 유우신.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사실, 이기적인게 맞잖아. ...난 이미 죽었는데. ...네게 이런 말을 하면. ...괴롭지않을까 싶고. (제 뺨을 감싸주는 손에 조심히 기대며 저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다가 조금 슬프게 웃는다) ....나도, 정말. ....좋아해. ...아주 많이. ......
.....있잖아. ...내가, 무서워서 못 물어본게 있는데. ...나는. ...솔직히 너를 정말로. ...많이 좋아했거든. ....혹시, ...부담, 스럽거나. ....무섭거나. .....그런건 없었어....? (말을 하다보니, 조금 부끄러워진건지 살짝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사토 유우:(슬프게 웃어본다) 내 생각부터 해주는것도 똑같네. 형은 뭔가 더 솔직해진거 같아.. 좋아한다는 말.. 여러번 들어도 아쉽지 않은걸..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무서워? 부담스러워..? 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할거라 생각해...? (살짝 시선을 피하는 유우신을 바라본다.)내게 자랑스러운 형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랑 같은 감정이라면 그것보다 기쁘고 행복할 일은 없는걸..
(시선을 피한 당신의 볼을 어루 만져주며 웃어준다. 그리고 한번 더 쪽 소리와 함께 입을 맞춰준다)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렇구나. ....그러면, ...그렇다면 정말로 다행이야. (정말로 긴장하고 있었던걸까. 평소와는 달리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조심히 제 손을 쥐었다 핀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이 축축한 기분이 들어서.) ...어떤 사람의 애정이. ...무거우면. ...받는 상대도, 덩달아 힘들어질수도 있... (그렇게 말하다가 입을 맞춰오는 당신의 행동에 느릿하게 눈을 감는다)
(아주 조심스럽게, 당신의 온기를 느끼고싶은듯 조심히 당신과 혀를 얽어올리다가 조금은 붉어진 얼굴로 옅게 웃었다) ....나, ...진짜 무서웠어. ...내가, 가진 감정은. ...다른 사람들보다 작지만. ..무거워서. 네가 힘들어할까봐. ...그런데, ....이렇게 말해주니까. ...정말로, ...정말 기뻐.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와서, 다행이야. ...정말.
 
사토 유우:(손을 잡아주곤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게 꽉 쥐어보더니 깍지를 껴본다.) 형의 애정이 무거워..? 왜 무겁다고 생각했을까. 늘 따뜻하고 날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맙기만 했어.
 
카데노코지 유우신:.......그야, ....난. .....네가 항상. ...내 곁에 있어줬으면. ...하고,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게 부끄러운지 살짝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사토 유우:힘들지 않았어. 오히려 좋기만 했어.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감정인건.. 정말 행운이니까. 하지만 더 말해주면 좋았을텐데.(쓰게 웃다가 이어지는 말에 다시 눈이 휘둥그레진다)그런생각을 했어?(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어리광도 더 부려주지... 그런 생각을 하는줄은 몰랏어 (귀엽다는듯 하하 웃어보더니 얼굴을 끌어와 입을 연거푸 맞추고 입술을 포개 혀를 얽어올려보곤 입술을 뗀다. 아쉬운지 한번 더 입을 맞춰보곤) 꿈이라니..깨고 싶지 않아.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럼, ....정말로 다행이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듯 어느새 붉어진 뺨에 살짝 시선을 피하며 말하다가 한 번 더 입을 맞춰오는 행동에 저 또한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정말, ...입맞추는걸 좋아하네. ...덕분에, 나도 네가 없을땐 항상 뭔가 빨고있게 됐는데. ...이것도 모르지? (그렇게 작게 웃으며 당신의 살짝 젖은 입술을 손끝으로 문지른다) ...음료를 마셔도, 빨대같은걸로 마시고, ...과자도 막대형태를 좀 더 선호했어. ...비밀이야. 오늘 처음 알려주는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고는 당신의 뺨에 한 번 더 입맞춘다) ...나도, ...나에게 이런 욕망이 있단걸 정말 몰랐거든. ...이게 다 네 덕분이라고 생각하니까. ...점점 더 좋아지더라. ....그래서. ...(그저 그렇게 말을 끝내곤 당신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다) ...나도, 깨고싶지 않네.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니까.. 하고 작게 중얼거리다 이내 조심히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본다) ...거의 다 왔네.
 
사토 유우:나도 늘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형이랑 같은 마음이었다면 이젠 괜찮겠지? (정말 입맞추는걸 좋아한단 말에 다시 웃어보다가 몰랐던 사실에 눈을 동그랗게 떠본다) 정말..? 그랬어? 몰랐는데.. 그야 말을 안해줬으니까. 형이 내 덕에 하나씩 알아가는게 있다니까 기쁘고 내가 없을때 습관이 생겼다는게 더 기쁜걸..(어깨에 이마를 기대오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여전히 긴 속눈썹을 가만가만히 지켜본다.) 도착하면 어떻게돼? 함께 납골당을 가는거야..?
 
카데노코지 유우신:....응. ...정말로 괜찮네. ...이거, ...기분 좋은거구나. (누군가의 애정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받아본적이 없어서 그럴까. 그저, 당신의 말 한마디가 무척이나 따듯하고 좋아서. ...그래서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도착하면, 알게될거야. ...난, 네가 길을 잃지않게 옆에서 같이 가주는거거든. ...내가 길치이긴 한데. ..이건 안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작게 움찔거리다 이내 키득이며 말한다) ...나, 성장했지? (하고 작게 브이도 그려보더라)
 
사토 유우:더 많이 받아보고 가지. 아직 못해준게 많은데. 같이 여행도 가고 싶었고, 형이랑 결혼..도 하고 싶었는데.(결혼이란 말에 부끄러운지 말을 줄여보다가 끝까지 말해본다)좋아한단 말이 좋으면 계속 해줄게 좋아해, 사랑해 형.
도착하면 알게 되는구나.. 맞아 형 엄청 길치였지. 정말 웃겼는데.. (늘 길을 잃던 당신을 찾아서 길을 찾아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어본다) 안잃어버릴 수 있다니 이번엔 길 안내를 형한테 맡겨볼까~ (키득이며 말하는 당신이 여전히 사랑스러워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본다) 응.. 성장했네.
 
카데노코지 유우신:.......겨, (결혼 하고 싶었다는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완전히 묻어버렸지만, 귀 끝이 붉게 달아올라있다. 그 상태로 잠시 있다가 사랑한다는 말에는 덜그럭, 하고 크게 움찔거리더라) ... ....넌, ....가끔. ...심장에 굉장히 해로워. (이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이지만. ...당신때문에 괜히 힘들다는 듯 작게 투정하며 고개를 들다 저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에 다시 입을 말아물었다) ... .... .....치사해. ... ....그런 눈빛은. ... ...치사하다고.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며 일어나 벨을 누른다.)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 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 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그 중에 벽면이 가장 눈에 띄네요.
 
살필 수 있는 곳은 벽면 / 벤치 / 표지판 이 있습니다.
 
사토 유우:비가 많이 내리네.. (당신이 비에 행여나 젖을새라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우산밑으로 당겨온다)
이 벽, 뭔가 눈에 띄어.
(벽면을 살펴본다)
 
 벽면
 
마치 담장을 연상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흰색 장미인데.. 잘 모르겠어. 뭘 연상시키는거지?
 
카데노코지 유우신:(얌전히 당신에게 조심히 다가가 붙어있는채로 잠시 저도 벽면을 살펴본다.)
....저기, 아래. ...꽃이 있네.
 
그 아래 피어있는 것은… 흰색의 국화.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색 국화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 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유우신이 말을 걸어옵니다.
 
빗줄기에 파묻힌 탓이었을까요.
 
그렇게 속삭이는 유우신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사토 유우:국화꽃의 꽃말..?
 
사토 유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국화꽃의 꽃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국화꽃의 꽃말은 분명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사토 유우:감사함과 진실함.. 이었던가
 
사토 유우:그건..
알려줄 수 있어? 흰색은 뭔지..
 
글쎄요, 국화꽃의 색상에 따라 꽃말이 상이하던가요?
 
처음 알게 된 사실인걸요.
 
카데노코지 유우신:(당신의 말에 작게 웃으며 잠시 주변을 살핀다)
 
사토 유우:처음 알았어 꽃말이 조금씩 다른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벤치에 앉습니다.
 
사토 유우:(벤치 옆에 앉아보곤 손을 다시 꼭 잡는다. 손끝으로 손바닥을 간지럽혀보기도 하고, 손가락 마디마디를 만져보기도 하고 손장난을 친다)
 
카데노코지 유우신:...이렇게 장난치는것도 귀엽네. ....오늘은 그래도 안깨물고. (착하네. 하고 작게 말하며 이번엔 내가 해야지. 하고 당신의 손을 끌고와 약하게 깨물어본다)
 
사토 유우:나 대신 형이 깨무는데?(제 손을 끌고과 약하게 깨무는 당신을 보고 웃어보더니 가까이 앉아 마주 안곤 어깨를 살짝 깨물어본다)입질이 심했는데, 부담스럽진 않았어?
 
카데노코지 유우신:......하하. ...솔직히, 조금 아프긴한데. ..그만큼, 내가 현실에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는 거라서. ...좋았어. (그러고는 작게 웃으며 그대로 당신을 조심히 끌어안았다) ...나, 진짜 무서웠거든. ...알아? ...나 자신이 흩어질것같은 기분. ...물거품처럼, 조금만 잘못하면 터져버릴 것 같은거. ...그런 기분.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끌어안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준다) ...그걸, 붙잡아준게. 너라서. ....그래서, ...정말로 좋았어. ...이렇게 닿아있다는 증거같아서. ...조금의 충격가지곤 사라지지않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내가, 나로 있을 수 있게해주는거라서.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당신의 목에 제 얼굴을 살짝 묻는다) ....거창하게 말하긴 하는데. ...사실은. ...정말 사실은. ....그냥, ...이렇게 닿아있는게. ...그게 행복해서. ...좋았어. ....정말.
 
사토 유우:그래도 아프지 않게 깨문다고 깨물고 다녔는데 아팠구나. 조금 덜 아프게 물을걸. (키득거리다가 이어지는 당신의 고백을 가만가만히 듣는다.) 무서웠어...? 하긴 형은...어딘가 금방이라도 떠나버릴거 같은 면이 있었어. 그래서.. 내가 더 형을 붙잡으려고 했던걸지도. (어딘지 갸날픈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단호하게 형처럼 든든한 면이 있어 의외의 말에 놀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당신이 아팠던 시절이 있어서 그랬던걸까.)형은 한번 날 떠난적이 있었잖아. 어렸을때.. 너무 옛날이라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다신 못만나면 어떡하나 했던적이 있었던거 같아. 그래서 이번엔 다신 헤어지지 않으려고. 그랬던걸지도..... 그게 드러났나보다.(환하게 웃어보며 목에 얼굴을 묻은 머리에 자신도 맞기대본다) 이렇게나마 내 꿈속으로 다시 내게 와줘서 고마워 유우신-.. 아니 형.
 
카데노코지 유우신:.......응. ...그래도 그게 나를 향한 애정이니까. 네가, 그만큼 나를 생각해주고, 애정해주고있단 거니까. ...그래서, 좋았어. ...(그렇게 잠시 눈을 들었다가 환하게 웃는 당신의 모습을 보곤 잠시 멈칫하다 살짝 붉어진 얼굴을 한 채 마찬가지로 당신을 끌어안는다) ...응, 나도 정말로. ...다신 못만나면 어쩌지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서 정말, 기쁘고. ....(그리고 잠시 침묵하다 그저 당신을 끌어안는다) ... ...이렇게 만나서 좋아. ...정말, 좋아해. (그렇게 말하다 저 앞에 있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 듯 조심히 안고있던 손을 풀고 그 쪽을 가르킨다) ...저기에. ..아까 말했던 국화꽃에 대한거. ...쓰여있는 것 같은데. ...같이 보러갈래? (그저, 이렇게 함께 있는것만으로도 기뻐서. 그렇게 말하며 당신이 곧잘 했던대로 손을 깍지끼며 웃는다)
 
사토 유우:늘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전해졌었다니 다행이다. 왠지 형은 좀.. 깨물고 싶달까. 깨물면 살결이 붉어지거나 똑같이 나를 깨무는것도 좋았지..(아득하게 옛기억을 떠올린다. 꿈에서 깨면 금방 내 앞에 있어줄거 같은데 이게 꿈이라니. 믿어지지 않는 현실을 잊고자 안아오는 당신을 마주 안는다. 이렇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인데 혼자 보낸 자신이 야속하기도 하다. 거긴 외롭진 않냐는 말이 턱끝까지 차오르지만 꾹 참아본다) 영원했음 좋겠다 시간이.. (표지판을 가리키자 표지판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당연하지 형이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같이 보러갈래. (깍지낀 손을 꾹 잡고 걸음을 옮겨 표지판을 살펴본다)
 
카데노코지 유우신:(그 말에 살짝 뺨을 붉히며 살짝 시선을 피한다) ....그게, 다 보였어...? (그렇게 말하는 당신을 바라보기 조금 부끄러워서. 살짝 시선을 피한 채 그저 데 손을 꾹 잡은 당신의 손을 마주 꼬옥 잡을 뿐이었다) ......응. ...나도, 너랑 함께 있고싶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당신이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버스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사토 유우:버스 노선이 있어야하는데 국화꽃 꽃말이 적혀 있네..
역시 꿈이란건가
(국화 꽃말을 읽어본다)
마지막이 안읽히는데....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 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칠이 벗겨진 자국을 통해 국화의 색상이 '붉은색'이라고 적혀 있었음을 눈치챌수 있습니다.
 
꽃말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사토 유우:붉은색...
당신을 사랑합니다일까?
형이 볼 땐 뭐인거 같아?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러게. ....무슨 뜻이 있을까? (그렇게 말하며 옅게 웃는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좀더 자세히 보니 알거 같기도..)
나, 흰색이 아니라 붉은색을 들고 와야했나봐-
 
붉은 국화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 고개를 돌리면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을 발견합니다.
 
카데노코지 유우신:그것도 좋았겠다. (그저 그렇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이 바라보는 전광판을 바라본다)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뭐라고 적혀있는거지..(자세히 살펴본다)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사토 유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막연히 떠올립니다. 유우신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요.
 
사토 유우:유우신..?
내 꿈속도 형으로 가득 채워진거 보니 내가 어지간히 형이 보고 싶었나봐.
다음 버스는 형의 이름을 불러야 도착하는건가.. 아니겠지, 설마-..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래? ....그렇다면. ...나도 정말로 기쁘네. ...나도, 언제나 유우의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어디에서도.
 
왜, 였을까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유우신은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카데노코지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사토 유우: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그가 커다란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처절히 느껴집니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것 같고, 손에 잡았다고 한들 감히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절함입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무겁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 갑니다.
 
사토 유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왜..슬퍼하는거 같지..
다시 만나서 기쁜게 아냐 형?
 
어쩐지 머리가 살짝 멍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붙어있는 라벨에는 '0805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버스에 올라탑니다.
 
사토 유우:(함께 버스에 올라탄다)
 
카데노코지 유우신:....나도 기뻐. ...(옅게 웃으며 당신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버스에 올라탄다)
 
사토 유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뭔가..들리는거 같기도...이명..?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 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당신과 유우신,
 
두 사람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그저 운전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 두 개가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마냥 하얗던 꽃잎 끝이 짓밟힌 듯 옅게 시들어있습니다.
 
사토 유우:꽃이...
(형을 위해 준비한 국화인데..)
 
카데노코지 유우신:(조금은 슬픈눈으로 당신이 들고있는 국화꽃을 바라보다가 조심히 그 꽃을 쓰다듬는다) ....그래도, 아직은 잘 살아있네.
 
사토 유우:응..근데 금방이라도 시들거 같아.
예쁜 꽃을 주고 싶었는데. 사실 국화 말고 다른 꽃을 주고 싶었어. 한번도 꽃을 준적이 없으니까..
 
카데노코지 유우신:....다른 식물은 받은 적 있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한거 아닐까? (옅게 웃으며 당신의 말에 국화를 쓰다듬던 손을 올려 당신의 뺨을 조심히 쓸어내린다)
....나도, 너를 보면. ...해바라기가 생각나서 선물로 주고싶었는데. ...그런데, 그걸 선물로 주기엔 너무 커서. ...나중에 주려고 했거든. ...밭이라서 사서 말이야.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당신의 뺨에 짧게 입맞춘다)
 
사토 유우:형은 농담이지만 가끔 진짜 그렇게 할거 같아(웃어보이며 짧은 입맞춤을 함께 한다)
다른 식물이어도 꽃이 더 기분이 좋을텐데... 아쉬워.
날 보면 해바라기가 생각나? 나는 형은.. 음.. 장미가 잘 어울리는거 같아...
 
카데노코지 유우신:.....(농담이라는 말에 그저 빙그레 웃어보인다...)
 
사토 유우:여긴 내 꿈속이니까, 장미를 만들어보이는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카데노코지 유우신:...그건, 조금 신기하네. ...난, 널 보면 꼭 햇빛을 보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래서 그런가봐. 따듯하니까. 크고 멋지니까. ...그리고, 머리도 노랗고. (하고 작게 웃다가 당신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떠본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이 원해서일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요.
 
사토 유우:햇빛을 보는 느낌이라니 다행이다.. 난 형한테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거든..
 
버스의 뒷좌석에,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려고 준비해놓은듯한 장미꽃 한 다발이 놓여있는걸 발견합니다.
 
사토 유우:아, 저기 장미꽃이.. (마치 형한테 주라고 준비된거 같아..) 와 형 이거봐! 정말 꽃이 생겼어
(환하게 웃으며 뒷자석으로 가 장미꽃 한다발을 들고온다. 그리고 당신에게 내민다) 여기 선물이야.
국화보단 이걸 주고 싶었어-..
 
카데노코지 유우신:.......이, 걸 내가. ....정말로 받아도 되는거야..? (저에게 곧바로 장미를 주는 모습에 눈을 깜박이다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그대로 조심히 당신이 준 선물을 받아든다) ....고마워. ...나, 이런 꽃 선물은 처음 받아봤거든. ...정말로, 이렇게 받은게 처음이라... ...좀, 감격..이네. (그렇게 조심히 당신이 준 꽃을 끌어안는다) ...고마워. 정말로.
 
사토 유우:웃으니까 보기 좋네.. 내 꿈속이지만 그래도 형이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거든. (빙긋이 웃는다.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안심이 된다. 좀전까진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것처럼 느껴졌기에) 계속 그렇게 웃어줘.. 난 형이 슬픈것보단 기뻐하는게 좋거든.. (살아생전 줬으면 좋았을텐데. 꽃선물이 처음이라는 말에 조금 씁쓸해진다)
(다시 옆자리에 앉아 유우신의 어깨를 끌어당긴다)그런데.. 운전기사가 없는 버스라니 신기하지. 형이랑 단둘이라 좋긴해..
 
카데노코지 유우신:....사실, 나도 이렇게 웃는건. ...처음인것같은데. (당신의 행동이 엉뚱하기 그지없어서. 이래서, 당신이 저를 보면 웃어줬던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작게 한번 더 웃었다) ...응. 나도 너와 단 둘이라 좋아.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렇게까지 솔직해지지 못했을것같기도하거든. (그러고는 당신이 준 장미를 꼬옥 끌어안은 채 당신에게 기댄다) ...나, 네가 보는 것 보다 좀 더 약한 사람이라서. ...사실 엄청 꾸미고 다녀. ...나 '자신'이라는 사람을 흉내내서. ...그래서, ...이렇게. ..정말로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것도. ..처음이고. ...그래서, 기분이 좋네. (그렇게 말하며 느릿하게 눈을 깜박인다)
 
사토 유우:처음이 많네- 우리 못해본게 되게 많았다. 그치?(작게 한번 더 웃어보이자 자신도 함께 웃는다) 다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 누군가 있었다면 이렇게 온전하게 형이랑 같이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힘들었을테니까 말이야. 솔직한 형의 얘기도 들을 수 있고...(국화꽃을 제 품에 안은채 기대는 당신의 어깨에 쥔 손에 힘을 좀 더 쥐어본다) 꾸미고 다녀..? 형이란 사람을 흉내내..? 왜일까... 내 앞에서도 꾸미고 다녔다니까 그건 조금 슬플지도...여기선 꾸미지 말아줘. 이미 그런거 같지만..
 
카데노코지 유우신:...응. ...네 말대로 여기선, 안해도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이미 네 앞에선. ...예전부터 좀 많이 솔직해졌었어. (그렇게 말하고는 제 어깨를 감싸쥔 손길에 옅게 웃는다) ...내가, 아무래도 남들앞에선 잘 보이고싶어하던게 있어서. ...너를 만나면서 나아지긴 했는데도, 그래도 좀 있었어. 남들에겐 못난모습을 보이지 말자던가. ...예전의 나보다 못하거나 못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같은거. ...(그렇게 당신의 품에 이제는 완전히 기대버린다) '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좀 있으니까. 그걸 보이고 싶어서 노력했거든. ...그래서, 정말로 널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 안그랬으면 숨이 막혀서. ...정말로 즐겁고, 행복하다는게 뭔지도 모르고 지냈을 것 같거든.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는다)
 
사토 유우:어쩐지 형이 좀 나랑 있을 때 한결 편안해진 기분이 들었었거든. 전보다는.. 공기가 편안하고 표정이 편안해보였다고 해야하나. (그리곤 떠올려본다. 당신이 살아 생전 지었던 웃음, 그때 느껴지던 공기, 편안한 분위기.) 남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줘도 뭐 어때- 그게 자기 자신인걸. 그런 모습도 받아들여야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거 같아...(그러다 문득 든 생각을 입밖에 내어본다) 형은.. 형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구나. 기대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과 다른 형의 모습을.... (숨이 막혔다는 말에 제 숨도 같이 막히는거 같아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내 덕에 행복함을 알아서 정말 기쁘네.. 나도 형 덕분에 행복했어. 아니 행복해 지금도(행복하단 말에 힘을 줘 말해본다)
 
카데노코지 유우신:.....그게 보였다는게. ...왜, 들을수록 부끄럽지... (이런 감정이 저에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그저 당신과 대화를 할수록 이런 저를 발견하게 되는게 그게 즐겁고 좋아서. 그렇게 말하며 살짝 눈을 내리깔며 웃었다)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나도 무서웠나봐.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고. ...내가, 나 다운게 뭔지를 모르니까, 남들도 그럴것같아서. ..나를 어려워할까봐. (그러며 잠시 시대다 이어지는 행복했단 말에 옅게 웃는다) ....응. ...나도. ...이렇게 너를 만나서 정말로 행복해.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이렇게 즐거움을 느껴도 되는지. 사실 죄책감이 좀 느껴졌었는데. ...그래도, 조금 이기적이 되고싶어. ...이제서야. 지만. (하고 조금은 씁쓸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틀어 당신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많이 알게되는 것 같아서 즐거워. 함께 있으면, 내가 알고싶었던 내 감정이 뭔지 알게되니까 무척 행복해. ....그래서, .....더 많이 알고싶었는데. (하고 조금은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그저 웃었다) ...너를 만나서, 나도 행복해. 정말.
 
사토 유우:좀 더 형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뻐. 꿈속이라 그런가, 뭐든 가능한 기분이야. 형의 솔직한 모습도 볼 수 있고.. 이거 꿈이 아니면 좋겠는데.. (금방이라도 사라질거 같아서 손을 되잡는다.)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고 무서웠다니 내가 형을 거절할리 없잖아? 나 다운건.. 그때 그때 드는 기분이 바로 자기 자신 다운거 아닐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자기 기분과 감정에 충실하면 정말 자기 자신다운 모습이 나오는거 같아. (조곤조곤히 말하다가 자신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어오자 눈이 다시 동그레진다) 내가 먼저 해야 했던것도 먼저 하고 형다운거 같은데?(눈웃음을 빙그레 짓고는) 나도 형을 알게 되어서, 행복해.행복한데..(꿈에서 깨면 현실이 아니게 될 진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게 그저 씁쓸하지만 끝내 말로는 표현하지 않고 삼킨다)
그런데 이 버스 번호, 내 생일이랑 같네. 내가 꿈주인이라 그런가봐~ (환하게 웃으며)
 
카데노코지 유우신:......이렇게 말해주는게 너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당신의 목을 한 번 더 깨물다가 이어진 말에 잠시 침묵하다 작게 웃는다) ...그런가보다. 네 생일하고 같은번호네. ....아직, 생일을 못챙겨줬는데. ...챙겨줘야했는데. ...아쉽다.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 떨리는 것 같아서. 그저 그렇게 말을 삼키고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장미와 함께 당신을 끌어안는다) ....나, 네 웃음이 좋아. 항상, 이렇게 웃어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환하게 웃는게, 정말 좋아서. 계속 함께 있고싶었어.
 
그와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와중,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그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당신은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 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 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유우신뿐인걸요. 그 입니다. 유우신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을 만큼 억센 힘으로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 듯한 충격.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 같은 국화 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유우신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야속하게도 유우신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되고 맙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눈앞에 왈칵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사토 유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이명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하고.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 텐데. 당신은 막연한 슬픔을 느낍니다.
 
사토 유우:...이렇게 시들면 안될텐데..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카데노코지 유우신: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유우신의 목소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입니다.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어느새 당신은 유우신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토 유우:언제 내린거지.. 나 언제부터 자고 있었어?
 
아까 전의 사고에 대해 묻더라도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답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덤덤한 어조로 악몽이라도 꾼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사토 유우:
정신
기준치: 68/34/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카데노코지 유우신:....무서운 악몽이라도 꾼거야?
 
사토 유우:좀.. 응..
꿈속의 꿈이라니 이상하네..
사고가 나서 형이 날 안아주고 지켜주던 꿈이었어.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러게. (조심히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무서운 꿈이네.
 
아까 전의 사고는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 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우신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 이유 모를 생각이 듭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첫 번째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 도착안내 전광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첫 번째 정류장에서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 노이즈가 덜합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글자가 깨진 안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당신은 첫 번째 정류장에서 유우신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그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를 확인한 당신,
 
사토 유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이 듭니다.
 
사토 유우:여전히 잘..모르겠는걸..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러게. ...잘 안보이네. ...버스, 언제오려나..
 
사토 유우:저기 형. 설마 날 지키다가 죽은거야...?
그리고 나는.. 사실 죽은건 나고....날 살리려고 온건..아니겠지?
 
카데노코지 유우신:.......(그 말엔 그저 옅게 웃는다) ...버스 타고 가야할때가 된 것 같은데. 이제 곧 올 것 같고.
 
사토 유우:....
 
카데노코지 유우신:....나는. ...나는. ....그저, 너를 안내하러 온거야. ...그러니까.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아도 돼. (하고 조심히 당신의 뺨을 감싼다)
 
사토 유우:(비내음을 맡으며 뺨을 감싸는 손의 온기를 느낀다.) 왠지 슬프네. 나를 어디로 안내하려는건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 보내지마
유우신..
 
카데노코지 유우신:....응, ....나도. ....최대한 그러고싶어. ...유우. (하고 조심히 당신의 뺨에 입맞춘다)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유우신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유우신이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아, 실은 누가 상대를 호명하든 상관없었던 걸까요.
 
그래요. 달리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타고 싶지 않아요. 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래서는 안 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사토 유우:안타면.. 안돼?
타고 싶지 않아. 이 꿈이 계속 되면 좋겠어
타면 안될거 같아.
 
카데노코지 유우신:.......(잠시 그런 당신을 바라보다 옅게 웃으며 조심히 손을 꼬옥 깍지껴 잡는다)
 
유우신의 목소리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숨통을 조르고 익사시킬 듯 나를 쥐고 흔들었던 불안감마저도 깨끗이 씻겨내려가는 듯합니다.
 
그저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와 끝없는 안정감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그가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당신이 그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세 번째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531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사토 유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0531... 우리가 사귀게 된날...
또 이 소리...
 
삐─
 
아까 전 들었던, 이제는 익숙해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가 움직입니다.
 
차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기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당신과 유우신, 두 사람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훨씬 더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갓 생명을 피워낸 듯 하얗고 투명하던 꽃잎은, 이제 그저 계절을 잃은 이름모를 들꽃처럼 보여요.
 
단지 몇 송이의 국화만이 처량히 바래진 꽃잎의 색을 발할 뿐입니다.
 
그가 먼저 창가 좌석에 앉습니다.
 
세 번째 버스에 탑승한 뒤로 유우신은 어쩐지 멍한 상태를 유지하며, 지친 듯, 혹은 침체되어 있는 듯 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당신이 먼저 말을 걸어도 뒤늦게 답하거나 제대로 듣지 못합니다.
 
사토 유우:형..?
.....왜그래?
좀 이상한데..
(창가 좌석에 앉은 유우신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본다)
 
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합니다.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 같습니다.
 
사토 유우:(옆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본다. 이 꿈은 뭔지.. 형은 뭘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
왜그래? 형다운 모습을 보여줘야지 지금 어딘지 형같지 않아
 
사토 유우: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속을 읽으려 하지만 읽히지 않는다.. 뭘 숨기는거야?)
 
어쩐지 그는 조금 슬퍼하는 것 같기도하고, 괴로운것같기도 합니다.
 
어떤 표정인지 자세히 읽을 순 없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달리 조금 어둡네요.
 
사토 유우:형.. 지금 슬퍼? 아니면 괴로워?(손위에 손을 얹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카데노코지 유우신:..........아. ...응. ...조금. ....(당신의 손위에 제 손을 살짝 얹고. 그저 조심히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잘 하고있는걸까. 싶은 생각이 조금 드네. ...너와 함께 있어서 정말 좋은데. ....행복한데. (하고 아주 천천히. 마치 끊어질것처럼 아슬아슬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당신의 손을 조심히 들어올려 그 끝에 입을 맞추며 말한다)
 
사토 유우:....나도 좋은데. 형이 어디론가로 가버릴것만 같아.(제 손끝에 입을 맞춘 당신을 불안한 눈빛으로 본다) 슬프고 괴롭다면 나랑 나눠. 혼자가 아니잖아. 같이 있잖아.
 
카데노코지 유우신:.....(그 말에 작게 웃으며 그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당신의 손 끝을 살짝 깨물어준다) ...나도, 자국 잘 남길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여기, 자국 남겨서. .......계속 자국이 남았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당신의 왼손, 약지의 위를 살살 깨물며 말한다)
 
사토 유우:(자신의 손을 갈작갈작 깨무는 모습을 본다..) 작은 자국이라도 형이 남겨준 흔적은 늘 나한텐 깊었으니까 그런건 괜찮아..
말할 수 없는 이유라면.. 어쩔수 없지만..그렇지만 말도 없이 어딘가로 가거나 결정하지마. 이번엔 놓치지 않을거야 왜인지 모르겠지만 형을 놓치면 다시는 못만날거 같으니까
 
카데노코지 유우신:....(그 말에 그저 옅게 웃는다) ...그냥,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네. ...언제나처럼, 날 그냥 믿어주면.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 자신이 물었던 곳을 살짝 핥아주고는 다시 놓아준다) ...내가 남긴 자국이 네게 깊이 남아있다니 정말 다행이네. ...그러기를 항상 바랐거든. ..네가 남긴것보다 내가 남긴건 언제나 옅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고는 조심히 버스를 둘러본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사람은 없네. ..(조금은 멍하니 버스 안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사토 유우:믿어. 언제나처럼 믿고 있어. (믿는다는 말에 힘을 준다. 하지만 정말 믿고 있나...?스스로의 말에 의문을 가져본다. 왜 자신만 두고 떠나버릴것만 같은 기분이 들까. 이꿈이 꿈이 아니라 사후세계를 가기 전의 여정이라면..? 그런 의문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으응..그러게. 여전히 사람이 없네. 계속 우리만 타는 기분이야.
나 형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 꿈이 계속 되려면..어떻게 해야돼? 역시 깨지 않는게 맞을까?
 
카데노코지 유우신:...믿어주니, 고마워. ...정말로. 내가, 잘 할게. (그렇게 말하며 조심히. 아주 조심이 당신의 손을 깍지껴 잡는다) ...깨지않고, 여기에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어려울것같아서. ...난. ...이렇게라도 만난걸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아주 소중한것을 대하듯 양 손으로 당신의 손을 끌어와 그 끝에 한 번 입을 맞추고 기도하듯 눈을 감는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의 행동에 고개를 살짝 내리면 좌석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한 권 발견합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얇은 책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푸른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사토 유우:책..? 아니 얇은 책자?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제목은 'merry go round'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데노코지 유우신:
 
사토 유우:왜 이런글이..
 
책자의 내용을 살핀 직후 당신은 강한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당신은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이,
 
어느 순간 그 삶에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유우신과의 첫 만남이.
 
…단 한 가지도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었던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
 
고조되는 행복감에 웃어버렸던 순간.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 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유우신과 유우,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차창 바깥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체온이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 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 듯한 충격.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 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당신을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당신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으며, 온 생애를 다해 열렬히 사랑해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 유우신 이었지요.
 
유우신 입니다.
 
그가 억센 힘으로 사토 유우,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 듯 희뿌옇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 조각처럼 달라붙습니다.
 
1년 전의 사고가 떠오릅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유우신만이 아니었습니다.
 
유우신과 유우.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유우신은 당신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당신을 살리기 위해… 본인을 희생시켜서요.
 
이건… 주마등인가요?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사토 유우
 
사토 유우:
정신
기준치: 67/33/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2
 
(
2
 
)
 
 
=
2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서져 내립니다.
 
사토 유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너져 내리는 공간 속에서,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기계음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모든 것이 바닥까지 묵직하게 가라앉고 맙니다.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 또한 함께 수몰됩니다.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채 눈을 떠올립니다. 기억났습니다.
 
떠올렸습니다.
 
1년 전의 그 날,
 
유우신은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사토 유우:...
 
고개를 돌리면 유우신은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깊게 잠들어있는 탓에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버스가 방지 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에 맞춰,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바닥을 살피면 회전목마 고리가 달린 작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토 유우:...열쇠..
(열쇠를 살펴본다)
 
꽤 잘 세공된 세련되고도 아기자기한 열쇠입니다.
 
그러고보면 아까 2층으로 올라가던 문에 있던 자물쇠와 닮은 모양이기도 하네요
 
사토 유우:아.. 이 열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열쇠인건가..?
 
닫혀있는 버스 2층으로 가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사토 유우:(잠든 유우신을 잠시 살펴보다가..)형. 형 일어나봐..
 
카데노코지 유우신:.......(그대로 곤히 잠들어있다)
 
사토 유우:(어깨를 잡고 흔들어본다)
형. 일어나. 나 혼자선 안갈거야.
날.. 지키려다가 죽었지.
 
당신이 아무리 흔들어도, 그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사토 유우:왜그랬어? 왜 그런 짓을 한거야? 날 데려갔어야지. 나도 데려갔어야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한방울, 두방울씩 흘린다)
널 희생할 정도로 내가.. 내가 대체 뭐라고
나 혼자서 뭘 어떻게 하라고 유우신......
 
당신의 눈물에도, 그는 작은 미동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사토 유우:(볼을 찰싹 찰싹 때린다.) 일어나,일어나라고!
 
평소라면 그래도 흔들면 일어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런 충격에도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토 유우:(일어나지 않자 들쳐 업는다) 나 혼자선 안가. 꿈속에서도 잃을 수 없어...
(일어날 기미가 없는 유우신을 단단히 업어들고 2층으로 가는 문으로 다가간다)(그리곤 조심스레 열쇠를 끼워 열어본다)
 
자물쇠에 아까 얻은 열쇠를 끼워 넣으면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버스 2층이 개방됩니다.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출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 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살필 수 있는 곳은 책상 / 책장 / 침대 가 있습니다.
 
사토 유우:방이라니 신기하네...(책상을 살펴본다)
 
 책상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 하나조차 쌓여있지 않네요.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데노코지 유우신:
 
사토 유우:...?
...............
(등에 업은 유우신을 물끄러미 보다가)...그래서였구나. 그래서... 네가 온거야..
(쪽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옆에 있는 책장을 이어서 살펴본다.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책장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당신이 읽을 수 없는 것들뿐입니다. 검은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히 즐비합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쪽지를 한장 발견할 수 있습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데노코지 유우신:
 
사토 유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모르겠어... 날 몇번을 불렀지..
 
어쩐지 생각을 할수록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잘 생각을 해보려 집중해보면 한가지가 떠오릅니다.
 
그러고보니 유우신은 정류장에 갔을 때마다 당신의 이름을 호명했었죠.
 
그 이후에 버스가 도착했단 것을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당신의 인도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토 유우:... 그럼 형이 형이 아닌건가? 하지만 그래도 좋아. 네가 내 형이든 아니든.. 이렇게 날 데리러 왔으니까 아무래도 좋아
(침대에 유우신을 눕히곤 침대를 살펴본다)
 
 침대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 있습니다.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찰에는 '사토 유우 님'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조금 급한 손길로 커튼을 완전히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사토 유우, 당신이잖아요.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사토 유우, 당신입니다.
 
사토 유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터져 나옵니다.
 
사토 유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병상 옆에 자리하고 있는 심전도 기록 장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기록 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 같은 사토 유우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입니다.
 
사토 유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
 
…아니. 심전도 기록 장치의 기계음을 떠올립니다.
 
이제야 확신합니다.
 
당신을 감싸 안고 죽어버린 유우신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사토 유우: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2
 
(
2
 
)
 
 
=
2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연속입니다.
 
아니, 이제 이건 현실이 아니겠지요.
 
이 버스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버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사토 유우, 당신입니다.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갈라져 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당신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
 
.
 
.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정류장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다정한 목소리. 어느새 그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토 유우:언제..정류장에 내린거지..
유우신...
 
고개를 들어 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정류장의 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토 유우:(국화꽃을 제 품에 안고..묵묵히 전광판의 내용을 읽는다)
 
그래요. 그랬던 겁니다. 이름의 불러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유우신이었습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그가 각 정류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꼭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카데노코지 유우신.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 있던 자.
 
바로 사토 유우 당신입니다.
 
그렇지만 왜일까요.
 
한참이 흘러도 유우신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제, 이걸로 마지막일 텐데요.
 
.
 
사토 유우:.....
 
당신은 첫 번째 버스에서 조우한 직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그는… 기뻐 보입니다. 동시에 슬퍼 보입니다. 한편으로 어딘지 홀가분해 보이는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당신이 그를 바라보고있으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펼친 우산을 당신에게로 기울입니다.
 
그의 어깨가 젖어 듭니다.
 
그제야 그가 입고 있는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만 정장.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당신에게 기울인 채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그는 나지막이 입술을 엽니다.
 
눈물 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그렇게 속삭인 그는 문득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사방은 어느새 컴컴해져 있습니다.
 
사토 유우:이 손을 잡으면, 나는 어떻게 돼?
우리가 둘 다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야?
 
카데노코지 유우신:...목적지가 바뀌었어. ...네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내가 바래다준다고 했지?
 
사토 유우:목적지가 바뀌었어..?
 
카데노코지 유우신:...건너편 정류장으로 가자. ...네게 꼭 전해야 하는 말이 있거든.
(그러고는 조심히 제 손을 잡으라는 듯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사토 유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국화꽃은 품에 안은채 내민 손을 꽉 잡아 일어난다)
 
당신이 그의 내민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은 천천히 반대편 정류장을 향해 이동합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기실 뜨거운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내가 지금 집중해야 할 존재는 그저 유우신 단 한 사람뿐인걸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요.
 
사토 유우:유우신....
 
카데노코지 유우신:....너도 알겠지만. ...이미 일년전에. ...사고가 일어났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어. ..둘이 사는건.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쩐지 홀가분하고도, 쓰게 웃으며 당신을 돌아본다)
....나, 돌아갈 육체가 없는걸. ....이젠 정말로, 못쓰게 됐으니까. 그거. (그렇게 말하고는 아주 조심히 당신의 손을 꼬옥 붙든다)
 
사토 유우:(쓰게 웃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당신을 본다. 왜 웃는거지? 참담한 기분 뿐이다.)
(자신의 손을 조심히 꼭 붙드는 손을 내려다본다. 사실 이 여정은 자신의 여정이었음이 믿기지 않는다)
......돌아갈 육체가 없어도. 방법이 없을까?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카데노코지 유우신:...미안해. 거기까진 나도 방법을 찾지 못했어. ....나도, 외로운걸 정말로 싫어하니까. ...그래서, 네가 외롭지 않기를 바랐거든. ...그렇지만. ...방법이 전혀, 없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저 옅게 웃는다)
 
사토 유우:(옅게 웃는 당신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카데노코지 유우신:....있지. 넌, 지금 1년째 혼수상태인거야. ...제대로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있는거지. ...그러다보니, 네 정신은 언젠가부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다르게 되었더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말로, ...놓고싶지 않다는 듯 당신의 손을 꼬옥 붙든다) ....그래서, 네 영혼을 노리는 존재가 생겨났는데.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왔던거야.
....난, ...너를 지키고 싶었으니까. ...네가, 그렇게 사라지길, 바라지 않았거든.
 
사토 유우:(터져나오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눈앞의 당신이 흐려진다.)나는.. 나는 유우신, 네 곁에 있고 싶어. 나만 혼자두지마. 이대로 널 따라가면 어떻게 되는거야? 난.. 죽게 도되는건가?
 
카데노코지 유우신:....아니야. (저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마주치며 슬픈듯, 하지만 홀가분하게. 그리 웃으며 말한다) ....있지. 아까. ...사실 기도를 해봤어. 난 이제까지 신을 믿어본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제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그렇게 기도를 해봤어. ...그랬더니, 정말로. ...신?이 나에게 답을 해주더라. 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그렇게. 저 또한 어느새 눈가가 조금 흐려져서. 하지만 당신을 더 보고싶어서. 일초라도 제 눈에 담고싶어서. 조심히 고개를 숙여 당신과 눈을 맞추며 말한다)
...그가 너를 살릴 수 있다고 했어. ...나는, 비록 육체가 사라져서 살리긴 어렵다해도. ....너는 살릴 수 있대. ...이대로, .....이대로. 네가. ...죽지 않아도 된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안심이되어서. ...과연, 그게 안심인지, 외로움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져서. 한 번 깊게 눈을 감았다 뜨며 웃는다) ....나, ....네가 사는게 좋아. ...오래 사는게 좋아. ......내 삶을 알고있는 네가, 나를 알고있는 네가. ...진짜 '나'를 알고있는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줬으면 좋겠어.
 
사토 유우:아냐 살리지 않아도 돼. 네 옆에 있고 싶어. 혼자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 신이 있다면 우릴 갈라놓는건 너무한거야. (홀가분하게 자신을 바라봤지만 눈가가 흐려진 당신을 바라본다)
 
카데노코지 유우신:......그건, ....그건 아니야. ...그건 안돼. ....나, ... ...지금은 조금 슬프지만. ...(말하면서도 조금 숨이 딸리는 듯 작게 숨을 들이쉬다 다시 당신의 손을 꼬옥 붙든다) ... ...나, 기다릴 수 있어. ......네가 좀 더 살아줬으면 좋겠어. ...난. ...솔직히 이기적이라서, 말하기 싫었는데. ....항상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난, 네가 더 오래오래 살아서. ...어떻게 늙어갈지. ...나보다, 형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그것도 궁금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의 손을 꼭 잡은채로, 그 손 위에 조심히 입맞추며 말한다)
네가 다시 이 곳에 왔을 때. 나보다 형이고 싶지않아? (조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려했지만 어쩐지 눈물이 앞을 흐려서. 당신의 손을 잡지않은 손으로 조심히 눈가를 문지르며 입꼬리만 억지로 올리며 말한다) ...나, ....진짜로. .........기다릴 수 있어. ...정말로. ...나, ....형이잖아. ....네, 형이잖아. ...그러니까. ...견딜 수 있어. 진짜야.
 
사토 유우:(자신의 손을 꼬옥 붙든 손을 내려다본다.)하하.. 나 없이 외로우면서. 혼자는 싫어하면서 왜 강한척 하는거야? 정말 그게 형이 원하는거야? 내 앞에선 강한척 안해도 돼. 형인척 안해도 된다고... 나는 동생이잖아. 어리광부리고 싶어. 어리광.... 부릴 수 있게....(말을 잇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해 그대로 흘려보낸다. 눈가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왜 그래야해? 왜 나만 살아야..하냐고...... 형 없이 형이 되긴 싫어. 나이, 먹고 싶지 않아. 나 그냥 이대로....우리 그냥 이대로 있으면 좋겠어. 그래선 안 되는거야? 나만 보내지 마.. .정말이야, 같이 있고 싶어.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가겠어 그래선 안되는거야. 정말....안된다고.....(고개를 숙이자 흐르는 눈물 방울이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같이 갈거야. 벌써 1년 혼수상태였으면 다들 포기 했을거야. 날 기다려주는 사람 같은건 없을거니까 같이 가. 난 이미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카데노코지 유우신:......(당신의 말에 어느새 제 눈에서도 겨우 소매로는 막을 수 없는 눈물이 터져나와서. 당신의 손을 꼭 붙잡았던 손을 풀고 당신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만 닦아준다) ....그래도, 안돼. ...살 수 있는데. ..왜 안살아. ...나, ....진짜로, 외롭지만. ...엄청 외롭긴 하지만. ...난, 네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궁금해. ...네 삶이 얼마나 다채로워질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하고올지. ...그게 궁금해. ...난, ....나는. ...못할 것들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눈물이 방울방울 바닥으로 떨어진다) ....알잖아. ...너도. ...난, ....난 살고싶었던적이 있어. ...난, 오래 살고싶었어. ......오래 살면서.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싶었어. .....
(그렇게 말하며 조심히 당신의 뺨을 당겨와 입을 맞춘다) ....나, 진짜로 오래 살고싶었던거 알지? ...그러니까, ...어린나이에도 그 아픈걸 견디고 살았어. ....진짜로, 당장 내일 죽을수도 있단 소리 들으면서도 살았어. ...그만큼, ...삶이라는건 찬란한거야. ......네가, ...이렇게 날 따라온다면. ...그것만큼 내게 잔혹한 말은 없어. ....(차마 이름을 부르지 못해서. 그저 그렇게 말하며 그저 당신을 끌어안는다) ....죽지마. ...죽지말고 살아줘. ...그리고, 그곳에서 겪은 이야기. ...다 나한테 말해줘. ...네가 내 형이 되고, ...내게 이것저것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때까지. ...내가 여기 지키고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끌어안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준다)
넌 더 오래살아줬으면 좋겠어. ....제발. (마치, 기도를 하듯.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을한다)
 
사토 유우:(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려고 눈을 감는다. 함께 있으면서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처음 만나서 함께 놀았던 기억들, 제게 왕자 역할을 양보하던 형의 모습들, 헤어지면서 울었던 기억, 네가 써줬던 편지, 다시 만나 자신이 좋아하던 이야기를 나누던 나날들,자신을 어느날부턴가 피하던 모습들 등등.. 함께하면서 즐거웠던 추억들 뿐이다. 그러면서 한켠으론 어딘가 외로워하던 모습들까지. 자신이 없으면 이 사람이 얼마나 외로울까. 내가 외로운건 괜찮지만 당신이 외로워할 날들을 생각하면..)바보야...... 오래 살고 싶었던 사람이 왜 먼저갔어. 악착같이 살아남아야지 날 끌어안고 살리는 선택을 한거야.... 그렇게 찬란한 삶, 왜..어째서..먼저 떠나서 나만 남기고 갔어. 네가 없는 삶은 찬란할 수 없어... 이대로 살아봤자, 나는 살아도 산 사람이 아닐거야. 날 사는게 사는게 아닌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형은, 유우신 넌 정말 그걸 원해....??
(제 입술에 입을 맞춘 유우신을 따라 자신도 입을 맞춘다. 눈물이 적셔서 어떤 키스는 슬프기도 하다는걸 알게된다.) ...난 잔혹한 선택을 할래. 아까 장미도 만들어냈잖아? 여기선 뭐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거잖아, 뭐라도 경험을 하더라도 너와 함께할거야. 살아서 오래 살아서 늙은 모습 같은거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장난치듯 웃는다. 웃음과 눈물이 뒤섞여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가자. 혼자 두지 않을게.(당신을 한번 꾹 안고선 눈물을 닦아준다.)
삶이 찬란하다면 어떤 죽음 또한 찬란할 수 있는거야.
많이 힘들었지...? 먼저 떠나보내서 미안해.... 이제 더는 형 혼자두고 싶지 않아.
유우신 내 이름, 불러줘. (준비 됐다는듯 결심한 표정을 짓고 손을 다시 잡는다...)
 
카데노코지 유우신:.......바보는. ....바보는 너야. ....내가, 무슨 마음으로 널 감쌌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살리고 싶어했는지 알아? .......너, ....네, 어리광은 나한텐 너무 잔혹해. .......슬퍼. ...하지만. ..... ..... ......사실. ....나, ...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숨이 막혀와서. 목이 무언가로 꽉 막힌것처럼 아파와서. 마치 물속에 수몰되어가는 것처럼 갑갑한 와중에도. ....당신의 애정에 자신이 들어가있어서.) .....나, ....왜, .....기쁘지? .....이러면, ....이러면 안될텐데. .......이건 '정상'이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젓는 그 순간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그대로 뺨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에 잠시 아랫입술을 꼭 물어낸다) .....나, ...진짜, 사실은. ...사실은. ...네, ... ....늙은모습 같은거. ................사실은 보기 싫어. 내가 모르는 네 모습. ...다른 누군가의 곁에서 살아가는 모습. 내가 없어도 네가 잘 살아가는 그 모습. ...상상만으로도, 괴로워. 하지만, 이미 죽은 나는 이렇게 살아가는게 맞지만 넌 아니었잖아. 더 살 수 있는데, 그런 방법이 있는데. 그런데도. 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면, 당신이 장난스럽게 웃는. ..하지만 눈물이 가득 고인 당신의 얼굴이 보여서. ....그런 당신을 보며 마찬가지로 옅게 웃는다)
.....혼자. ....혼자 두지 마. ....나. .......진짜로. ...나, 정말 그러면. ...정말로. .......그러면. ...싫어. ...너랑, 함께 있을때가. ..그것만이 '나' 니까.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건. ...네 곁에서 뿐이니까. ....이렇게, ...이렇게 네게 모든 부담, 주고싶진 않았는데.
........... .....그래도 정말. ...나. ........네 이름 부를거니까. ........후회, ....안할 자신 있어..? ...나, 앞으로도 이렇게. ..어리광쟁이에.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어리석은 행동만 계속 할텐데도...? (그렇게 말하며 당신의 옷자락이 구겨지도록, 손에 힘을 주며 끌어안는다)
 
사토 유우:날 감싸줘서 고마워. 살려줘서.. 고마워.....나대신 아픈건 짊어지게 해서, 미안하고..고마워...... 하지만 난 형 옆에 있는 내가 좋아. 형이 없는 날들을 이제는 상상할 수 없는걸... (터져오는 울음속에서 나오는 당신의 진심 어린 말들에 슬며시, 환하게 웃는다)그치? 그래야 내가 아는 유우신이지. 형 없이 살아가는 모습들은 형이 아는 내가 아니라서, 낯설을거야. 내 옆에 다른 사람이 서있는것도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닐거란거 알아, 괴롭다는거 알아... 이미 죽은것도 나 대신 죽은거잖아..? 처음은 내가 바라던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이번엔 내가 원하는 선택을 나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래.. (이제서야 옅게 웃는 당신의 양뺨을 감싸고 다시 웃어본다)
응. 혼자 안둬. 혼자 두지 않아... 나 역시 유우신과 함께 있을때 나로서 존재할 수 있으니까. 부담 아니야.. 그런 생각하지 말아줘. 난... 이렇게 죽은 후에도 날 걱정해서 와준 형이 고맙고, 고마워. 어떤 말을 하더라도 갚을 수 없을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게 해준다면 난 정말 기쁠거야.......
내 앞에선 어리광을 부려도 이기적이어도, 어리석어도 돼. 그런 모습조차 좋아하게 된거니까.... 같이 가자. 이제는 헤어지지 않아도 돼(옷자락이 구겨지도록 자신을 끌어안는 당신을 마주 끌어 안아 등을 토닥여 준다.) 힘들었지.. 외로웠지...기다려줘서 고마워. 1년이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카데노코지 유우신:........(외로웠지. 하고 저를 안아주는 그 품에서. ...차마 어떤 말도 할 수 없어서. 그저 당신을 끌어안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어서. 그렇게 당신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 ...사실 어른스럽지 않아. ...그냥, ....그냥. ...무서워서. ...말을 아끼고, ....감정을 아끼고. ....그냥, ...그런 것 뿐이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어린애, 같은데. .......진짜 그래도, ...괜찮아? ...나, ... ....진짜로 어리광쟁이에. ....고집쟁이인데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당신을 정말 놓고싶지 않다는 듯 당신을 끌어안은 손에 강하게 힘을 준다) ...나, ....진짜, ....진짜 양보 안해도 돼? ...네 삶에. ...양보 안해도 돼? ...내가, 너 가져도 돼? ....가지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갖고싶은데. ....(이제는 거의 어린아이가 떼 쓰듯, 거의 목을 놓아 울듯 꺽꺽 이면서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당신을 끌어안는다) ....나, ...나, 진짜 너랑 함께 있고싶어. 계속. ...앞으로도 계속. ...이기적이기 그지없지만. ...함께 있고싶어. ...이 모습이 변하지 않아도 좋아. ...이 곳이 추워도 상관없어. ....너만, 있으면, ...따듯하니까. ...나만의 ....햇님...이잖아... (그렇게 말하며 그저 당신을 끌어안고 가볍게 입을 맞춘다)
 
삶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나에게 필요 없습니다.
 
그게 사토 유우, 당신이 내린 결론이며 판단입니다. 그런가요?
 
끝까지 카데노코지 유우신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절망감에 일그러져 있습니다.
 
절망이라는 한 단어로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절망, 슬픔, 애절함, 초조함, 두려움, 그리고 그 감정의 혼돈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순수한 애정의 형태.
 
그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습니다.
 
삶으로 돌아갈 생환 버스의 라이트가 켜지는 일은 없습니다.
 
차가 우리 둘의 앞에 나타나는 일도 없어요.
 
나는 버스가 필요 없고, 내 사랑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죠.
 
그가 없는 내 삶에 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영원히 이 수몰되는 세계에 갇혀 영생을 걷게 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온몸이 닳아 없어질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이제는 내 곁에 그가 있지 않습니까.
 
사랑해 유우. 마지막. 세 번째 입니다.
 
세 번째로 내 이름을 호명한
 
나의 인도자, 나의 구원, 나의 유우신이 웃습니다.
 
고통스러운 듯, 묘하게 찡그린 얼굴로 나를 향해 웃습니다.
 
사토 유우:(유우신의 손을 꼭 붙잡는다. 다신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꽉, 잡는다)
응. 가자. (환하게 웃으면서 이마를 맞대곤 당신과 함께라 다행이라며 다시 말한다) 사랑해 유우신.
 
우리는 다시 반대편 정류장으로 되돌아갑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에 올라탑니다.
 
툭. 품에서 떨어진 국화꽃다발이 빗물 속을 나뒹굽니다.
 
아니, 이제 더는 국화꽃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그와 동시에 이젠 익숙해진 기계음이 귀를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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